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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마시안 해변에 빈투바 초콜릿 팩토리를 상상했다

스쳐 가는 해변을, 일부러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글 · 슬래시웍스

마시안 해변에 빈투바 초콜릿 팩토리를 상상했다

인천의 마시안. 지도에서 보면 그저 서해의 평범한 해변이다. 카페 몇 곳, 해물칼국수, 조개구이. 그런데 나는 한동안 이곳에서 다른 그림을 그렸다. 도쿄의 한 사람과 함께.

평범이라는 착시

남들에게 마시안은 스쳐 가는 곳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바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를 봤다. 하나, 인천공항에서 차로 15분 —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바다라는 것. 둘, 서해의 뻘과 그 위로 지는 석양. 우리에겐 익숙해서 안 보이던 풍경이, 처음 온 사람에겐 오래 남는 장면이 된다는 것. 익숙함은 종종 가치를 가린다. 매일 보는 사람은 그것이 특별한 줄 모른다.

각도가 바뀌면, 평범이 자산이 된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바다'. 그 한 줄의 각도가 서자, 평범한 해변이 다르게 보였다.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 들르는 곳. 나는 여기에 크래프트 초콜릿과 경험, 그리고 쉼을 엮으려 했다. 커피가 로스터리 카페로, 맥주가 브루펍으로 문화가 됐듯, 초콜릿도 '체험형'으로 갈 것이라 봤다.

바다를 향해 열린 테라스를 구상한 마시안 3D 렌더링
마시안 공간 구상 당시의 3D 렌더링 · 해변과 테라스

각도를 실행으로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도쿄 쿠라마에에 팩토리 카페를 세운 Dandelion Chocolate의 일본 대표를 만났다. 쿠라마에 공장을 직접 찾아가 카카오빈에서 초콜릿 완제품까지 직접 만드는 빈투바(Bean-to-Bar) 공정을 보고, 한국 사업을 위한 라이선싱과 합작, 나아가 아시아 법인에 대한 투자까지 논의했다. 시장 리포트와 제안서를 만들어 건넸고, 그를 마시안으로 초대했다. 평범한 해변에 크래프트 브랜드를 데려오는 일 — 그것이 그때 내가 그리던 그림이었다.

소나무와 중정, 초콜릿 팩토리 공간을 구상한 마시안 3D 렌더링
마시안 공간 구상 당시의 3D 렌더링

같은 브랜드, 서로 다른 출발점

논의가 이어지면서 서로 생각하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나는 마시안이라는 장소에서 출발했다. 바다와 석양,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과 쉬어 가는 시간을 엮으면, 일부러 찾아올 만한 이유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반면 댄더리온 일본 대표는 아시아권 확장이라는 더 넓은 구도에서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 입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 논의의 일부였다. 마시안에서 시작하려는 구상과 브랜드의 확장 방향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프로젝트는 현재 보류 상태다.

돌아보면 같은 브랜드를 두고도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이 장소에 어떤 브랜드와 경험이 어울릴까’를 생각했고, 상대는 ‘이 브랜드가 다음으로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까’를 검토하고 있었다. 두 관점이 만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같은 답을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구상 다음에 필요한 것

마시안에서 하고 싶었던 일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초콜릿 매장을 하나 여는 것만은 아니었다.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맛보고, 바다 앞에서 쉬어 가는 시간을 하나의 방문 경험으로 엮고 싶었다. 풍경을 배경으로 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찾아올 이유가 되기를 바랐다.

그 구상을 실제 사업으로 옮기는 데에는 다른 질문들이 뒤따랐다. 장소의 가능성뿐 아니라, 함께할 브랜드가 어느 방향으로 성장하려 하는지도 맞아야 했다.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함께,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다.

아직 문을 연 공간은 아니지만, 마시안을 구상하며 던졌던 질문들은 남아 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찾아올까. 어떤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기억하며 돌아갈까. 그리고 다시 찾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MUTECODE를 준비하면서도 고객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려 한다. 언제 불편을 느끼는지,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새 제품이 그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을지. 마시안에서는 방문의 이유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매일 꺼내 쓸 이유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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